국가채무 1인당 1500만원 육박
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(코로나19) 대응을 위한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적자국채 발행이 급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올해 1인당 국가채무는 1,600만원을 돌파하고, 국내총생산(GDP)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최악의 경우 46.5%까지 급등할 전망이다.
1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오후1시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가채무(D1)는 1,483만9,619원을 가리켜 1,500만원에 육박했다. 같은 시각 총 국가채무는 약 769조3,545억원으로 나타났다. 현재 국가채무시계는 1차 추경 상 국가채무 전망 815조5,000억원 등을 토대로 1초에 약 228만원씩 늘어나도록 설계됐다.
* 1인당 액수는 올해 2월 말 주민등록인구 5,184만명으로 나눈 값
국가채무비율 속도 너무 빠르다
국가채무의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출을 확 늘리는 반면 세수는 줄어들 형편이어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는 점이다. 두 차례의 추경으로 이미 2019∼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올해 전망치 805조5,000억원을 13조5,000억원 초과했고 30조원에 육박하는 3차 추경까지 편성하면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850조원 수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. 이 경우 1인당 국가채무는 1,640만원으로 커지게 된다.
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2년 44.2%, 2023년 46.4%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예상보다 2~3년 앞당겨지게 됐다.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내수·수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신속하고 규모 있는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면서 자칫 시기를 놓치면 경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. 올해는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다 해도, 앞으론 구체적인 재정준칙을 마련해 채무비율 증가 속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.
국가채무비율 높은 수준 맞나
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한국이 우려할 만큼 높은 수준이 아닌 것은 맞다. 같은 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(OECD) 35개 회원국과 비교해 보면 하위권에 속한다. 국가채무비율 1위인 일본(214.6%)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. 프랑스(110.0%)와 영국(108.6%), 미국(99.2%) 등 주요 선진국에 비교해도 낮다. 한국보다 낮은 OECD 회원국으로는 멕시코(35.3%)나 스위스(31.9%), 터키(29.0%) 정도가 꼽힌다. 내년에 국가채무비율이 39.8%로 오른다고 해도 낮은 편에 속한다.
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봐도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. 한국재정정책학회 학회지에 실린 논문 ‘국가채무 증가가 경제성장률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’은 국가채무비율 증가가 경제성장률을 제고한다고 분석하고 있다.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재정이 적극적 역할해서 성장경로로 복귀시키는 게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.
정부는 올 들어 총 24조원에 이르는 1·2차 코로나 추경으로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2%를 넘어서게 되자, 이제는 60%까지 가도 큰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. 한 예로써 유럽에서 국가부채를 가장 깐깐하게 관리하는 나라가 독일인데 독일의 국가부채비율이 60%가 넘는다. 그런데 이번 코로나 때문에 메르켈 정부가 법으로 정해놓은 국가채무 한도를 풀었다. 정부가 이럴 때 빚을 안 내면 국민이 빚을 낸다는 것이다.
국가채무비율 팩트체크
①고령화 감안하면 이미 빚은 많다
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국내총생산(GDP)의 38.1%로 경제협력개발기구(OECD) 평균(109%)에 비해서 크게 낮다. 청와대와 여당이 빚을 더 늘려도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. 그러나 나랏빚이 많은데도 잘 버티는 나라는 미국(107%), 일본(224%), 프랑스(123%)처럼 기축통화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다. 기축통화국이 아닌 뉴질랜드(35%), 호주(44%), 노르웨이(46%), 덴마크(48%), 스웨덴(50%) 등 다른 선진국들은 대부분 채무 비율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. 게다가 우리는 '숨겨진 빚'도 많다. 일반정부에 공기업 부채를 합친 공공 부문 부채는 1078조원으로 GDP 대비 56.9%에 이른다.
여기에 고령화까지 고려하면 이미 우리나라는 빚이 너무 많고 씀씀이가 큰 편이다. 독일은 1970년대 고령사회에 진입할 당시 국가채무 비율이 20%도 되지 않았고, 덴마크와 스웨덴도 30%를 넘지 않았다. 한국은 고령사회에 진입한 2017년 이 비율이 36%였다. 여기에 어느 나라보다도 고령화 속도가 빨라 이에 따른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.
②위기 때마다 채무 비율은 껑충 뛴다
지금 빚 부담에 시달리는 다른 나라들도 처음부터 국가채무 비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. 고령화, 재정 위기 등 돌발적인 위기를 거치며 나랏빚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증가했다. 일본은 고도성장기이던 1990년 국가채무 비율이 40%대에 불과했으나 장기 불황과 고령화, 방만한 재정 운영이 겹치며 현재는 채무 비율이 200%가 넘는다. 그리스도 1981~1996년 좌파 포퓰리스트가 집권하는 동안 채무 비율이 25%에서 103%로 급증했다. 우리나라도 1997년 11.4%였던 국가채무 비율이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2004년엔 거의 2배인 22.4%로 뛰었다.
문제는 코로나 위기로 돈 쓸 일이 한참 남았는데 정부와 여당이 선심 쓰느라 재정 여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다. 이헌재 전 부총리는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최소 600조원으로 추산했다. IMF 위기 때 쓴 공적자금 규모가 GDP의 30%쯤 됐다는 얘기다. 대규모 확장재정이 경제 활력 회복과 세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어지게 된다. 피해가 집중되거나 살릴 수 있는 영역에 집중적으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, 현재 그렇게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.
③신용등급 떨어지면 진짜 위기 온다
국가채무의 ‘질’적인 문제를 살펴보자.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10년 이상 200%를 넘었지만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지는 않았다. 이유는 국채 대부분을 해외 자본이 아닌 국내 자본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. 3일 기재부에 따르면 일본 부채의 92.9%는 국내 자본이다. 해외 자본 비중이 적을수록 바깥에서 해당 국가를 쥐락펴락할 수 없어 안정적인 것이다. 반면 한국의 국고채는 국내외 자본 구분이 힘들다. 외부로부터의 위협에서 안전하다고 못박을 수 없는 것이다.
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월 한국에 대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오는 2023년 46%까지 높아질 경우,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.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까지 실시하면 올해 국가채무 비율은 피치가 경고한 46%선에 단숨에 근접하게 된다.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 조달 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, 국책은행과 민간 기업의 신용등급에도 줄줄이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.
출처
https://news.chosun.com/site/data/html_dir/2020/05/02/2020050200072.html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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